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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시즌이 끝난 뒤부터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비시즌 기간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경기가 없는 겨울철, 선수 연봉협상이나 트레이드 등 전력 강화를 위한 구단의 움직임에 대해 야구팬들이 스토브(난로) 주위에 모여 뜨겁게 이야기한다는 데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도 시즌이 끝난 뒤 리그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의 다가올 시즌 준비 이야기가 주요 뼈대인데요. 바로 이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에 ‘통계’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거 알고 계시나요? 오늘은 야구팬이 아니면 조금은 생소한 ‘야구통계’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야구는 최소 9명이 한 팀을 이룬 두 팀이 9회에 걸쳐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 하는 팀 스포츠인 동시에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을 볼 수 있는 종목입니다.
그래서 경기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타 종목에 비해 야구는 공수 교대뿐 아니라 각 투구마다 상황이 분절적으로 일어나는데요. 그로 인해 투수가 던지는 공과 타자가 때린 공의 행방을 기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야구를 가리켜 기록의 스포츠, 통계의 스포츠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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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가 포수의 미트를 향해 던지는 투구는 볼과 삼진으로 기록되고 타자가 휘두르는 배트에 맞아 날아가는 타구는 안타, 홈런, 땅볼, 뜬공 등으로 기록됩니다.
이 기록들이 쌓이고 쌓여 투수에게는 볼삼비(볼넷과 삼진의 비율)라는 통계지표가 타자에게는 타율이라는 통계지표가 성적으로 따라붙게 되는데요. 따라서 야구팬들은 야구장 전광판에 기록되는 출전 선수의 통계 기록만으로도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보지 않고도 그 선수의 실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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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야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3할 타자는 들어봤을 겁니다.
타석에 들어서는 야구 선수를 소개할 때 흔히 쓰는 말인데요. 이때 쓰는 3할이 바로 선수의 지난 플레이에 대한 통계값, 타율입니다.
선수가 친 안타수를 타석에 들어선 타수(타자가 타격을 완료한 횟수)로 나누어 계산하는데요. 타율 3할 타자는 열 번 중 세 번은 안타를 치는 선수라고 평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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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외에도 야구에는 선수의 실력을 평가하는 다양한 통계지표가 있습니다.
타자가 1루에 얼마나 많이 살아 나갔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 출루율, 단타를 1, 2루타를 2, 3루타를 3, 홈런을 4로 계산하여 합한 수를 타수로 나눈 값인 장타율(타율이 안타와 홈런을 같은 가치로 평가한다면 장타율에서는 얻어내는 베이스에 따라 달리 평가함) 앞의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 한 투수가 9이닝(한 경기)을 던졌을 때 평균 몇 점을 주는가를 나타내는 ERA(평균자책점)를 비롯해 앞에 소개한 볼삼비, 한 투수가 한 이닝에 볼넷과 안타를 얼마나 허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WHIP(이닝당 볼넷 안타 허용률)와 수비수의 수비율 등 야구에서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수많은 통계지표로 기록되고 분석됩니다.
야구 속 이러한 통계지표는 선수의 역량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뿐 아니라 팀의 승패를 예측해 주기에 야구와 통계는 그동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가 바로 “세이버 매트릭스”인데요. 앞서 소개된 OPS와 WHIP 등이 바로 세이버매트릭스에서 나온 야구 통계지표입니다.
1971년 야구 저술가이자 통계학자인 빌 제임스(Bill James)가 창시한 미국야구연구협회(SABR, The Society for American Baseball Research)가 만든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는 야구 속 모든 플레이를 통계학적,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으로 좀 더 객관적인 지식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세이버매트릭스가 발전함으로 최근에는 투수의 공은 분당 회전수와 체공시간까지 타자의 타격은 타구속도와 발사각도까지 파악하는 트랙맨 시스템까지 도입되어 수많은 세부 지표들로 선수의 실력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일찍이 이러한 ‘세이버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전력을 분석하고 선수단을 구성해 왔는데요. 그 실례가 ‘머니볼’이라는 책과 영화로 소개된 바 있습니다.
2002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부임한 빌린 빈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해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팀을 구성합니다.
통계를 통해 홈런이나 타율보다는 출루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그는 선수단을 세이버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해 구성하는데요. 그 결과 그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20연승이라는 결과를 이뤄냅니다.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는 20연승의 비결이었던 세이버매트릭스가 구단 운영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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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 속에서 백승수 단장 또한 야구팀 운영에 ‘세이버매트릭스’를 도입하는데요. 세이버매트릭스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설명하지는 않지만 백승수 단장 동생인 백영수 씨가 통계학과를 나온 야구통계 전문가로 드림즈에 입사하는 내용만으로도 드라마 내 야구통계의 비중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드림즈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야구 통계지표로 선수 가치를 평가하여 연봉협상을 하는가 하면 팀 내 성적 1위인 임동규 선수의 트레이드 추진 이유를 설명하는 등 세이버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한 선수단 구성을 추진합니다.
이러다 보니 드라마 곳곳에 조금은 생소한 야구 통계지표들이 등장하는데요. 특히 초반 드림즈의 간판스타 임동규 선수 트레이드 시 등장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라는 야구용어를 비롯해 파크팩터(구장에 따른 득점 증감 효과), 이전 득점과 실점을 활용해 통계적으로 기대되는 승률을 계산하는 피타고리안 승률 등이 드라마 속 곳곳에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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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전쟁이냐고요? 아닙니다.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로 한글로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로 풀이되는데요. 위 표는 2019년 KBO WAR 순위로 선수의 가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통계지표입니다.
대다수의 통계 지표가 투수와 타자를 나눠 평가한다면 WAR는 타자 투수는 물론이고 과거 선수와 현재 선수를 비교할 수도 있는 지표로 최근 야구팬에게 가장 인기는 세이버매트릭스입니다.
이처럼 드라마 스토브리그 속에 숨어 있는 세이버매트릭스 야구통계 이야기, 일반 시청자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야구를 즐기는 야구팬에게는 야구를 보는 또 다른 시각으로 흥미를 끌고 있는 새로운 분야인데요. 오늘 기사 내용만으로 야구통계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으신 분들 혹은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 야구에 관심은 생겼지만 야구통계는 모르겠다는 분들이 계시면 통계청 사람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야구통계 이야기 ‘야통’ 구독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위에 짧게 소개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비롯한 재미있는 야구통계 이야기가 2월 13일부터 업로드 될 예정이니까요. 통계청 유튜브 ‘야통’에 많이 많이 놀러와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76whwy4_ufU&t=25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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