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에 취직한 지 얼마 안되는 아들이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이 많이 떨어졌는데 삼성전자 주식 사는 거 어때요’하며 주식투자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주가가 폭락하자 곧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엄청 뛰어든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런 과열된 개인 투자현상을 보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주식관련 유튜브에서는 요즘 주식투자하면 대박을 칠 것처럼 자칭 투자전문가들은 떠든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전문가로 활동했던 국내 모 증권사 CEO는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사교육비 줄이고 무조건 주식투자해라. 주식투자만이 유일한 부의 증식방법이다’라고 열을 낸다.
과연 그럴까?개인적으로 나는 주식투자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식시장은 철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주식시장의 참여자를 보면 크게 외국인 투자자, 국내 기관투자자, 그리고 개인이다.
이중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기관투자자(예:국민연금, 증권회사 등)는 막대한 자금과 정보, 그리고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반면에 개인은 투자 자금도 외국인/기관에 비해 미미할뿐 아니라, 정보력이나 노하우도 절대적으로 열세이다.
외국인/기관을 코끼리로 비유한다면 개인은 개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끼리와 개미가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이는 마치 노름판에서 초보와 타짜가 함께 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코끼리와 개미가 경쟁을 한다면 코끼리가 이기는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참여하는걸까? 한 마디로 자신은 코끼리를 이길 수 있는 똑똑한 개미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연못에 비유해보자. 코끼리가 연못에 들어가면 수면이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외국인/기관이 투자하면 주식이 오른다.
주식이 올라가면 개미들은 상승을 지켜보다 대개 8-9부 능선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그러나 코끼리가 연못에서 나오면 연못 수면이 내려가는 것처럼, 외국인/기관이 주식을 매각하면 주식시장은 떨어진다.
개미는 언제 코끼리가 연못에 들어갈지, 혹은 연못에서 나올지 가늠하지만 들어가고 나오는 것은 온전히 코끼리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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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코끼리는 자기 돈이 아닌 ‘남의 돈(other people’s money)’으로 투자하지만, 개미는 자기의 돈으로 투자한다.
남의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에 비해 손실에 대한 공포를 덜 느낀다.
어차피 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는 투자에 실패해도 월급은 받고, 투자에 성공하면 월급에다가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다.
손해 볼 일이 없다.
(펀드투자의 경우 손해를 보는데도 펀드 수수료를 떼어간다) 그러나 개인은 자기 돈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피가 마른다.
심리적으로 손실의 공포가 이익을 보았을 때의 기쁨보다 2배나 크다고 한다.
그래서 평정심을 잃게 되고 비이성적 결정을 하게 된다.
증권가에서 줄기차게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장기투자’이다.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하게 되면 장기투자가 가능하나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면 계속 손해보는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할 수 없다.
10년 후에 가격이 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 50%의 손해를 보았다면 계속 보유하기란 정말 어렵다.
웨런 버핏도 자기 돈으로 투자한 게 아니라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보험회사를 통해 확보한 보험료, 즉 남의 돈으로 투자를 한거다.
셋째, 주식은 장기투자가 어렵다.
주식투자에서 장기투자를 말하지만 개인이 장기 투자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주식은 환금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식은 현금화하기가 아주 용이하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거래 과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관련된 비용(중계수수료)과 세금(양도세)도 많다.
그러나 주식거래는 증권앱을 통해 버튼 몇 개 조작으로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갑자기 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부동산 보다 보유한 주식을 팔게 된다.
(살다 보면 갑자기 돈이 필요한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 쉬운 현금화 때문에 장기보유를 할 수 없다.
주식투자의 우월성을 말하는 사례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90년대 초 은마 아파트 투자와 삼성전자 투자의 비교이다.
같은 돈을 투자했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산 사람이 은마아파트 산 사람보다 몇 십배 이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맞다.
은마 아파트 가격 상승률 보다 삼성전자 주식 상승률이 몇 십배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마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지만 삼성전자를 산 사람이 지금까지 보유할 확률은 장담컨대 단 1프로도 없다.
중간에 주식이 조금 올라서,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주식이 떨어져서 손절매 할 가능성이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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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는 마젤란 펀드를 운영하면서 13년간 매년 29.2프로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를 복리로 계산하면 엄청난 수익률이다.
만약 1977년 마젤란 펀드에 일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1990년에는 27만 달러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 높은 수익률에 불구하고 피터 린치는 ‘자신이 올린 수익률을 온전히 즐긴 투자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라고 말했다.
결국 대부분 중간에 환매를 했다는 이야기다.
넷째, 주식시장은 도박판과 같아서 반드시 잃어야만 떠날 수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 가면 놀라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숙박료와 음식값이 다른 대도시보다 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차피 도박하러 온 사람이 돈을 잃고 갈거니까 싼 숙박료와 음식값으로 손님을 유치하는 것이다.
(라스베가스 호텔은 1층에 도박장이 있다.
따라서 투숙객을 많이 확보하는게 유리하다.
돈을 많이 잃은 손님에겐 방도 공짜로 준다고 한다.
) 라스베가스에 오는 사람은 돈을 딸 환상에 사로잡혀 오지만 결국 다 털리고 라스베가스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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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역시 도박판과 같다.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돈을 딸 환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주식이 오르면 계속 오를 것 같아 팔지 못하고, 주식이 떨어지면 더 떨어질 것 같아 견디지 못하고 손절매한다.
몇 번 주식투자로 재미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주머니 털린다.
주식투자로 이익을 보았다면 이익을 보았을 때 그 판을 떠나야 하는데 결코 떠나지 못하고 나중에 다 털려야 어쩔 수 없이 그 판에서 떠난다.
내 대학 동기나 아는 사람들 중에 증권회사에 30여년 근무했던 사람들이 있다.
이들 중에 자기 집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안타깝게도 증권회사 다니다 퇴직한 친구들은 배운게 도둑질이라서 퇴직 후 조그마한 오피스텔 얻어 증권투자를 하는데 이번 주식 폭락으로 크게 손해를 보았고, 어떤 친구는 폭망해서 이혼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었다.
다섯째, 한국은 개인이 주식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부를 증식하는 방법은 크게 근로소득(월급), 부동산, 자본(주식)투자 등이 있다.
그리고 각 나라는 그 나라에 맞는 부의 증식 방법이 있다.
미국은 전형적으로 부를 증식하는 방법이 주식투자이다.
미국은 세계 제일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성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기업이 끊임없이 생긴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중간에 굴곡은 있지만 계속 우상향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미국은 주주 자본주의라서 주주에 대한 배당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계속 보유를 하면 배당금을 챙길 수 있다.
그런 반면에 우리나라는 내수시장도 작을 뿐만 아니라 수출에 과도한 의존으로 외부의 영향에 항상 출렁인다.
코스피는 10년이 넘게 2000-2500선에서 움직인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미국 증시는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17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업은 주주 배당금에 인색하다.
쥐꼬리만큼의 배당만하기 때문에 배당금을 보고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유명한 모 증권회사 CEO가 주식투자에 관한 유튜브에 나와 젊은이들에게 ‘무조건 주식투자해라’라고 강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부의 증식수단으로 주식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사례를 미국의 예를 드는데 미국에서는 맞겠지만 한국에는 맞지 않는 사례들이다.
마지막으로 주식투자의 가장 큰 병폐는 사람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주가는 하루에 열 두 번도 바뀐다.
폭락 시장에서는 며칠 사이에 반토막이 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단 몇 푼이라도 주식투자하면 하루에 서너 번 이상 수시로 주가를 체크하게 된다.
금액이 조금 커지면 온 신경이 거기에 쏠리고 주가의 등락에 따라 감정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
주식시장은 ‘탐욕과 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섣불리 투자했다간 탐욕과 공포의 희생자가 된다.
그 돈으로 기부를 하면 칭찬이나 듣지… 정말 똑똑한 슈퍼 개미 몇 명은 살아남겠지만 결국 개미는 코끼리의 밥이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주식투자가 안 좋은게 있는데 그건 자기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주식투자 하다 보면 자신의 본업에 소홀하게 된다.
한창 본업에 열중해야 할 시기에 주식시세에 신경쓰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 엄청난 손해다.
결국 주식투자를 물어보는 아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어설프게 주식투자하려 하지 말고 그 돈으로 자신에게 투자해서 네 몸값을 올려라.’